<논평>
20대 대선후보 병원비 보장성 공약 부실
이재명·윤석열후보는 보장성 목표 제시해야
심상정후보만 백만원상한제 공약 담아
20대 대통령선거를 맞아 <병원비백만원연대>는 대선 후보들에게 환자가 부담하는 병원비 본인부담금을 1년에 100만원으로 한정하는 ‘백만원상한제’ 공약을 제안했다. 그러나 유력 후보 중에서 심상정 정의당 후보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백만원상한제를 공약에 담지 않았다는 점에서 실망이 크다.
이재명후보가 공공병원 확대, 전국민주치의, 상병수당도입, 돌봄국가 책임제 등을 공공보건의료와 관련한 정책을 내세운 점은 전향적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건강보험 보장성 목표와 방향은 제시하지 않았으며, 치아 임플란트 보장 확대, 탈모치료 건강보험 적용, 중증아토피 치료 건강보험 적용 확대 등 특정 질환 몇 개만을 제시했을 뿐이다. 문재인케어의 보장성 정책을 완성하고 보완하기 위해서는 차기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목표와 방향을 제시해야 함에도 여기에는 침묵했다.
윤석열 후보도 상병수당 도입, 간병비부담 완화, 재난적 의료비 지원 확대 등을 공약에 담았지만, 구체성은 부족하다. 오히려 일부 공약에서는 공공의료 강화와 어긋나는 정책을 제시한다. 공공의료 확충은 없고 공공병원 민간위탁 등 공공의료의 약화를 초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코로나19을 맞아 취약한 공공의료가 감염병 대응 능력의 약화를 초래하면서 서민경제까지 큰 타격을 주었다. 국민 모두가 공공의료 강화를 공감하고 있는 상황에서 황당하기 그지 없다.
우리 병원비백만원연대는 모든 대선 후보들이 백만원상한제를 공약으로 삼기를 기대했다. 아직 우리의 건강보험 보장은 복지국가 수준에는 한참 미달이다. 건강보험 보장은 여전히 65.3%(2020년기준)에 불과해 병원비로 인한 국민들의 고통은 크다. 이에 백혈병과 같은 중증질환에는 수천만원의 본인부담이 발생하여 가계파탄의 위협이 도사리고 있다. 간병살인으로 알려진 강도영 청년도 2천만원에 이르는 병원비 부담에 직면해야 했다.
그간 역대정부가 건강보험이 지속적으로 보장성 확대를 위해 노력해 온 건 인정한다. 하지만 아직도 건강보험 보장성이 부족하여 시민들이 실손의료보험과 같은 민간의료보험에 가구당 월 약 30만원을 쏟아붓고 있다. 실손의료보험은 도덕적 해이로 인한 과잉진료를 유발하고, 비급여를 팽창시킨다. 이는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 노력을 반감시키고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다시 증가시킨다.
대한민국에서 병원비 부담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백만원상한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서구 복지국가의 무상의료가 작동하는 방식도 일정 금액 기준 본인부담상한제이다. 앞으로 건강보험이 병원비의 일정 비율을 지원하는 현행 방식을 넘어서서 일정액 이상을 모두 책임지는 상한제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는 건강보험 급여에만 적용되는 현행 본인부담상한제와 달리 모든 의학적 진료에 적용되는 질적으로 다른 제도이다.
물론 백만원상한제로 가는 길은 단계적일 수 있다. 소액, 경증 질환에 대해서는 기존의 본인부담을 유지하더라도 병원비가 많이 발생하는 질환에 우선 백만원상한제를 적용할 수 있다. 긍극적으로 백만원 상한제를 목표로 삼되, 입원 진료에 먼저 적용할 수 있고 또한 상한 금액도 200만원 혹은 300만원으로 출발할 수도 있다.
백만원 상한제에서는 모든 의학적 비급여의 급여화가 필수적이다. 문재인 케어에서 기존 비급여가 예비급여로 다수가 전환되고 있는데, 이 예비급여에는 50~80%의 높은 본인부담이 부과된다. 예비급여는 현행 본인부담상한제에 적용되지 않기에 고액 중증질환의 의료비 부담을 크게 높이는 핵심 요인이다. 이에 우리는 의학적 성격의 모든 진료에서는 일정 이상의 본인부담을 국가가 책임지는 실질적인 백만원 상한제를 제안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번 대선에서 심상정 정의당 후보만이 100만원 상한제를 공약으로 제시하고, 나머지 후보는 이를 수용하지 않은 데에 실망이 크다. 이제라도 두 후보는 건강보험 강화의 방향과 목표를 국민에게 약속해야 할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