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복지는 공공서비스, ‘민간이 하면 전문성 있다’는 신화는 사라졌다”
김호세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조직쟁의차장 | 2022-04-13
지난 3월 25일 중앙사회서비스원이 개원하였다. ‘사회서비스 지원 및 사회서비스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의 제정이 여러 논쟁과 비판을 불러왔던 것과는 달리 중앙사회서비스원의 개원은 사회복지계에서조차 별다른 이슈가 되지 않았다. 퇴행을 거듭해 제정된 법률과 3년간 운영된 시·도 사회서비스원은 민간사업자들이 우려하고, 돌봄노동자들이 기대한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를 가져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민간사업자들의 사회서비스원에 대해 더 이상 경계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지금의 사회서비스원, 그냥 시장에서 공존하는 법인 중 하나
사회서비스원은 광역 지방정부가 출연하여 설립/감독하는 공공기관(재단법인)이다. 실질적으로 사회복지현장(또는 사회서비스 현장)에서 사회서비스원을 바라보는 시각은 사회서비스를 직접 제공하고, 관리하는 공공기관으로서의 위상보다는 민간사업자들과 경쟁하는 하나의 법인 정도의 위치로 보는 것이 적합하다.
시설 개소와 관련된 현황을 살펴보면, 2019년 설립 당시 목표에 비해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사회복지 현장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복지관(장애인, 노인, 종합사회 등)의 대부분은 민간법인이 운영하고 있다.
기존 사회서비스원법 원안 제11조(사업의 우선위탁)는 사회서비스원의 우선위탁을 규정하여 신규 사회서비스 시설과 평가저조 시설 등을 의무적으로 사회서비스원에 우선위탁 하도록 의무화했었다. 하지만 입법 과정에서 이런 규정들이 모두 무력화 되었다. 결국 사회서비스원의 우선위탁에 대한 내용이 부실한 상황에서는 공공의 역할을 늘리기 위해서 사회서비스원이 직접 복지시설 운영에 입찰을 해서 경쟁에 직접 참여해야 하는 상황인데, 현재의 사회서비스원들에서는 그런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현재 성북구에 있는 정릉종합사회복지관은 최근 3차 민간위탁 공고에도 운영법인이 선정되지 않았다. 민간위탁으로는 답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운영의 주체가 없다고 지역주민들에게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복지관을 없앨 수는 없는 노릇이다. 민간법인이 복지시설의 운영을 책임질 수 없는 상황에서는 사회서비스원이 대안이 되어야 한다.
현장 노동자들이 원하는 사회서비스원은 처우개선을 통해 지속가능한 돌봄현장 조성
최근 사회서비스원의 대표격으로 볼 수 있는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의 노동자 15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사회서비스원이 설립 목적에 맞게 운영되기 위해 노조가 우선적으로 요구해야 할 것을 선택해주세요'(복수응답 가능)라는 질문에 126명이 ‘처우개선을 통해 지속가능한 돌봄현장 조성’이라는 보기를 응답했다. 이는 전체의 82.9%에 해당하는 내용이었다. 2위는 돌봄노동자간 균등한 서비스 매칭(38.8%), 3위는 종합재가센터 서울시 미설치 자치구 설치(28.9%)였다.
이 설문을 보면 실제적으로 돌봄노동자들이 생각했던 사회서비스원은 돌봄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을 통해 돌봄노동 현장에 보다 오래 머무를 수 있는 그런 사회서비스원을 원했을 것이다.
‘귀하가 현재 직장생활 중 가장 힘든 점은 무엇입니까?'(복수응답 가능)이라는 질문에는 1위 가 감정노동(76명, 50%)였지만, 2위는 적은 임금(41.4%)였다. 현재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은 돌봄노동자들은 서울시생활임금 기반의 임금체계를 적용받고 있다. 일반직원과 다른 임금체계를 적용받고 있는데, 완전월급제로 민간에 비해서는 나은 상황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서울시생활임금이 고강도-저임금이라는 돌봄노동에 대한 공식을 해결해줄 만큼의 임금이라고 할 수는 없다.
‘현재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 적극적으로 개선해야 할 것과 2022년 임단협(임금·단체협약)에서 노동조합이 집중해야 할 우선순위를 선택해주세요'(복수응답 가능)라는 질문에서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항목은 ‘근속수당 또는 호봉제 시행'(113명 74.3%)과 ‘기본급 인상'(89명 58.6%)이었다.
공공성 확대 추진과 현재 돌봄노동의 한계를 넘어서는 처우개선 정책 필요
사회서비스원이 전국적으로 확대되어가고 있지만, 민간 중심의 사회복지 시장에서 얼마나 자신의 역할을 찾을지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현재의 사회서비스원이 지금과 같은 위상으로 운영된다면 설립 초기의 목표인 공공성 보장은 힘들 것이라는 것이다. 사회복지시설의 비리는 여전히 뉴스에 나오고 있다. 민간위탁의 폐해는 이미 사회복지 현장에서 충분히 알려졌고 패러다임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민간이 하면 전문성이 있다’는 신화는 이미 각종 비리와 추문으로 사라진지 오래다. 복지는 ‘공공성’을 중점으로 하는 서비스다. 공공이 책임질 때 그 가치가 더해질 수 있다.
또한 저임금-고강도의 돌봄노동의 공식에서 벗어날 수 있는 돌봄노동의 한계를 벗어난 처우개선이 필요하다. 사회서비스원에서부터 경력반영이 된 임금체계 도입과 돌봄노동 특성에 맞는 병가사용 등 돌봄노동자들이 보다 안전하고 좋은 처우 속에서 지속가능한 노동을 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안정된 처우 속에서 지속가능한 돌봄노동만이 질 좋은 돌봄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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