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만드는복지국가] “외국인 건강보험 가입자에 대한 ‘마타도어’ 중단해야…”
김종명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대표·가정의학과 전문의 | 기사입력 2023.07.05.
국민의힘이 중국인의 건강보험 무임승차를 침소봉대하여 외국인에 대한 건강보험 혜택을 줄일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최근 중국과 한국과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중국인만을 콕 집어 ‘먹튀’ 논란을 만들어내고 건강보험 혜택을 축소함으로써 앙갚음이라도 하려는 모양이다.
부화뇌동하지 말자. 특히 맥락을 파악하지 않은 채 극히 일부의 사례를 확대해석함으로써 마치 중국인들이, 외국인들이 우리의 건강보험을 남용한다고 봐서는 안 된다. 진실은 전혀 다르다.
우리는 외국인 건강보험 가입자에 감사해야 한다
팩트는 지금 외국인들은 우리의 건강보험으로부터 받는 혜택보다 더 많은 건강보험료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21년만 하더라도 전체 외국인이 낸 건강보험료는 1조 5793억 원인데 비해, 급여혜택은 1조 668억 원이었다. 더 많이 내고 더 적게 받아간 것이다. 오히려 우리 건강보험은 외국인으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은 셈이다. 최근 4년간 외국인으로부터 발생한 누적 흑자만 1조 6767억 원이었다. 그 재정은 고스란히 내국민의 급여로 지원되었다. 우리는 오히려 외국인 건강보험 가입자로부터 흑자를 내고 있으니, 감사해야 할 일이다.
우리 국민은 2021년에 건강보험료로 40조 원을 냈고, 급여 혜택은 75조를 받았다. 외국인은 낸 보험료보다 받아간 급여가 적지만 내국인은 낸 보험료보다 받아간 급여가 훨씬 많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외국인은 우리 건강보험에 100원을 내고 60원을 받아갔다면, 내국인은 60원을 내고 100원을 받아간 것이다. 외국인이 더 낸 보험료는 당연히 건강보험 재정에 도움이 되었고 내국인에게 쓰였을 것이다. 정말로 외국인에게 감사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자신의 주장을 펴기 위해, 전체 외국인 재정수지가 아닌 지역가입자만을 톡 떼 내어 주장한다. 현행 건강보험은 직장가입자와 피부양자, 그리고 지역가입자로 나눠진다. 전체 외국인으로 보면 흑자지만, 지역가입자만 떼놓고 보면 적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조차 ‘마타도어’에 불과하다.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일반적인 특성을 무시한 채 단순히 지역가입자의 적자를 무임승차라거나 먹튀라는 식으로 인식하는 건 곤란하다. 내국인만 보더라도 직장가입자보다 지역가입자에 저소득층이 더 많이 분포하고 있다. 지역가입자는 대체로 소득이 적기에 부담해야 할 보험료가 더 적을 수밖에 없다. 외국인 지역가입자의 혜택이 내국인 지역가입자의 혜택보다 더 크다는 근거도 전혀 없다. 더구나 전체 재정수지가 흑자인 상황에서 단순히 지역가입자만 똑 떼어 내 침소봉대하는 것은 뻔뻔스러울 뿐이다.
중국인의 무임승차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국민의힘은 중국인만 유일하게 외국인 건강보험 재정수지가 적자라는 점을 크게 부각한다. 그래서 중국인의 건강보험 혜택을 줄여야 한다는 황당한 주장도 해댄다. 외국인 중 특정 국적만을 차별하겠다는 주장을 어찌할 수 있는지, 부끄러울 뿐이다.
중국인의 건강보험 재정수지가 적자인 건 사실이지만, 그 수준이 내국인 수준보다는 못할 뿐 아니라, 적자 수준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2018년에는 중국인의 건강보험 재정수지는 1509억 적자였지만, 2021년엔 109억으로 크게 줄었다. 중국인은 이전보다 건강보험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굳이 무임승차로 설명하자면, 최근 중국인의 무임승차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팩트다.
지난 2019년 외국인 지역가입자에 대한 건강보험 자격을 강화한 것이 주된 이유일 것이다. 외국인 지역가입자는 6개월 이상 체류해야 하고, 6개월 이상 지나면 의무가입으로 전환하여 외국인 지역가입자 자격을 까다롭게 한 바 있다.
외국인이 내국인보다 건강보험 혜택이 적은 이유
지금 우리가 들여다봐야 할 점은 외국인의 무임승차나 먹튀 논란이 아니다. 외국인의 건강보험 재정수지가 알려주는 진실은 ‘외국인은 내국인보다 건강보험 혜택을 적게 누리고 있다.’는 점일 뿐이다. 여기에 주목해야 한다.
건강보험은 누구에게나 공평해야 한다. 건강보험의 원칙은 누구에게나 차등없이 적용되어야 한다. 외국인도 동일하게 건강보험료를 부담하고 건강보험 자격을 갖게 된다면, 혜택에 차별이 없어야 한다. 그럴 때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외국인이나 내국인이나 비슷한 조건이라면 건강보험 혜택도 동일하게 누려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외국인은 내국인보다 낸 보험료보다 받는 혜택은 매우 적다. 왜?
이에 대한 객관적 분석자료는 사실 없다. 그러나 충분히 예측은 할 수 있다. 외국인은 우리의 건강보험을 이용함에 있어 제도적인 차이는 없다. 그런다고 동등하게 건강보험을 이용하는 것은 아니다. 보이지 않은 장벽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바로 언어장벽과 정보력이다. 아파도 언어가 통하지 않으니 필요한 진료를 제때 받기가 어렵다. 언어장벽에, 건강보험 제도에 대한 이해도 부족할 것이므로, 상대적으로 내국인에 비해 의료이용이 적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외국 국적 중 상대적으로 중국인이 건강보험을 더 많이 이용하고 있는 것은 중국 국적 외국인은 다수가 중국 동포나 화교 출신으로 한국말에 더 익숙하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지금 외국인 건강보험가입자에게 해야 할 일은 무임승차니 먹튀니 하며, 외국인의 건강보험 이용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외국인이 건강보험을 더 이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언어로 정보를 제공해주고, 언어장벽 없이 필요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통역서비스를 제공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정부와 국민의힘은 외국인에 대해 건강보험 이용을 더욱 차별하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정부는 외국인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 기준을 지역가입자 수준으로 강화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외국인 직장가입자의 건강보험 재정 흑자 기여가 매우 크다는 점은 무시한다. 더구나 외국인에 대한 자격 기준 강화는 재외 국민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몇 년 전 외국인 지역가입자 자격기준을 강화한 후, 재외 국민의 건강보험 이용에 대한 불만도 매우 큰 상황이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외국인 건강보험 가입자에 대한 차별적 언행과 차별적 제도시행을 중지해야 한다. 외국인에 대한 건강보험 이용을 차단하려 할게 아니라 오히려 제때 필요한 서비스를 내국인과 동등하게 누릴 수 있는 촘촘한 지원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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