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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만복칼럼] 당신의 퇴직 연령은 51.1세? 65.7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국민연금 가입상한연령과 고령자 노동시장 문제

남재욱 한국교원대학교 교수  |  기사입력 2023.10.13. 11:17:40

지난 9월 1일 국민연금재정계산위원회는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 결과를 발표하기 위해 공청회를 개최하고 국민연금의 재정추계 결과와 제도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언론에서는 국민연금 수지적자발생 및 기금소진 예상 시점이 종전보다 각각 1년(2042 → 2041년)과 2년(2057 → 2055년) 당겨졌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했고, 제도개혁 제안 중에서는 명목소득대체율 상향 조정 없이 보험료율을 인상해야 한다는 제안에 대해 찬반 여론이 제시되었다.

국민연금이 기여와 급여를 짝으로 하는 사회보험 제도인 만큼 명목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재정계산위원회의 제안에는 명목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 외에도 제도의 개선을 위한 다양한 제안들이 담겼다. 여기에는 국민연금 지급보장 법제화, 연금크레딧 확대, 보험료 지원 확대, 특수형태근로자 가입 확대, 가입연령 조정 등 그간 연금제도와 노동시장 전문가들이 필요성을 역설해온 내용들이 포함되었다. 특히 연금크레딧 확대, 보험료 지원 확대, 가입연령 조정은 국민연금 가입자의 실질 가입기간을 늘림으로써 연금급여를 높일 수 있는 방안들이라는 점에서 좀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 가입상한연령 연장의 필요성 

현재 우리나라 국민이 국민연금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서 보험료를 납부해야 하는 연령, 즉 가입상한연령은 만 59세까지다. 노령연금 수급이 시작되는 연령이 현재는 만 63세, 2033년이 되면 만 65세라는 것을 고려하면 국민연금가입과 노령연금 수급 사이에 3~5년의 공백이 있는 셈이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연금제도에 가입해서 보험료를 내는 시기가 종료됨과 동시에 노령연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이는 이례적이다. 사실 우리나라의 경우도 1998년 이전까지는 만 59세까지 보험료를 납입하고 만 60세가 되면 급여를 받도록 되어있었다. 그러나 1998년 제1차 연금개혁 당시 노령연금 수급개시연령을 단계적으로 늦추기로 하면서 가입상한연령은 조정하기 않았기에 공백이 발생한 것이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 가입상한연령을 수급개시연령에 맞추어 연장함으로써 제도적 불일치를 회복해야 한다는 의견은 꾸준히 제시되어 왔다. 국민연금의 재정구조나 인구구조 변화 추이를 고려할 때 노령연금 수급개시연령을 앞당겨 맞춘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평균수명, 건강수명, 그리고 가동연한(일반 육체노동자가 일할 수 있는 나이)이 모두 길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더 긴 경제활동기간을 예상하고 이에 맞추어 가입상한을 조정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론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국민연금 가입상한연령은 연금제도의 명목 가입기간을 연장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실질 가입기간 역시 늘릴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국민연금 개혁안을 놓고 상이한 입장이 제시되는 배경 중 하나는 국민연금의 사각지대가 크고 급여수준이 낮다는 문제 때문이다. 가입상한연령 연장을 통해 실질 가입기간이 최대 5년까지 증가할 경우 사각지대는 작아지고 급여수준은 높아진다. 국민연금은 최소 10년의 가입기간을 확보해야 급여가 지급되고, 가입기간 증가에 비례하여 급여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사각지대나 낮은 소득대체율 문제가 제도의 설계보다는 실질 가입기간이 짧은 가입자가 많다는 것에 있다는 최근의 연구 결과를 고려하면, 그 의미는 작지 않다. 

국민연금 가입상한연령과 고령자 고용 문제 

물론 가입상한연령 연장이 긍정적 효과만 갖는 것은 아니다. 의무적으로 보험료를 납부하는 기간이 증가한다는 것은 가입자들의 보험료 부담이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나마 사업장 가입자의 경우는 보험료의 절반을 회사가 부담하겠지만, 지역가입자는 전체를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소득이 낮아질 가능성이 큰 60대 경제활동인구에게 이는 작은 부담이 아닐 수도 있다. 게다가 기업의 보험료 부담 증가는 고령자 고용의 회피를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 고용되지 않으면 보험료 부담도 없겠지만, 가입상한연령 연장의 기대효과도 누릴 수 없다. 가입상한연령 연장이 일부 안정된 고용을 가진 계층만의 혜택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렇게 본다면 가입상한연령 연장의 효과는 고령자 고용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된 것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남성의 생애 주된 일자리 퇴직 연령은 51.1세이지만(2023년 기준, 통계청), 노동시장에서 완전히 퇴장하는 실질 은퇴 연령은 65.7세(2020년 기준, OECD)로 차이가 크다. 60세 이후까지 생애 주된 일자리에 머무는 경우는 14%에 불과하다. 지금의 노동시장 상황에서 가입상한연령 연장의 혜택이 제한적으로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까닭이다. 좀 더 많은 고령자들은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못하여 가입상한연령 연장이 자신과는 무관한 일이 되거나, 연금급여보다 보험료 부담이 더 크게 느껴질 가능성이 크다. 

가입상한연령 연장 논의가 종종 정년연장과 연계되는 것에는 이런 배경이 있다. 앞서서 우리나라의 가입상한연령과 수급개시연령 사이의 공백이 있는 것이 이례적이라고 했는데, 사실 수급개시연령은 현재 60세인 법정정년과도 공백이 있다. 이를 고려하면 ‘법정정년-수급개시연령-가입상한연령’ 사이의 공백을 조정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가입상한연령 상향과 함께 정년연장도 검토가 필요한 과제가 된다. 

지난 9월 1일 국민연금재정계산위원회는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 결과를 발표하기 위해 공청회를 개최하고 국민연금의 재정추계 결과와 제도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언론에서는 국민연금 수지적자발생 및 기금소진 예상 시점이 종전보다 각각 1년(2042 → 2041년)과 2년(2057 → 2055년) 당겨졌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했고, 제도개혁 제안 중에서는 명목소득대체율 상향 조정 없이 보험료율을 인상해야 한다는 제안에 대해 찬반 여론이 제시되었다.
▲ 일자리 찾는 고령자 노동자들. ⓒ연합뉴스

그러나 문제는 현재의 법정 정년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정년을 연장한다고 그 혜택을 보는 노동자가 얼마나 되는지에 있다. 지난 2016년 도입된 60세 정년의 효과에 대해서는 서로 엇갈리는 연구들이 제시된다. 실효성이 적다는 평가도 있지만 50대 후반 고용증가 효과가 확인된다는 연구들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애 주된 일자리 은퇴연령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정년연장의 효과가 상대적으로 중심부 노동자들에게 어느 정도 집중되는 것은 분명하다. 이렇게 본다면 정년연장이 이루어지더라도 그 효과와 그에 수반되는 가입상한연령 연장 효과는 여전히 일부 노동자들로 제한될 우려도 크다. 

법정 정년 연장은 가입상한연령 연장에 비해 기업이 더욱 꺼리는 일이기도 하다. 정년연장은 기업으로서는 나이를 이유로 고용계약을 종료할 수 있는 시기가 늦춰진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기업의 임금부담을 증가시킨다. 가입상한연령 연장에 따른 보험료 부담은 기업이 ‘고용을 한다는’ 조건부 상황에서 발생하지만 정년연장이 수반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중심부 노동시장의 경우 임금연공성이 높기에 고령자의 정년을 연장하는 것은 청년을 고용하는 것에 비해 기업의 부담이 더 크다. 

고령자 고용의 증가는 인구구조 변화나 건강수명 변화의 자연스러운 결론이다. 인구고령화에 대응하는 우리 사회의 과제 중 하나는 연령주의(ageism)를 철폐하고 연령통합적 사회로 이행하는 것이며, 특정 연령을 기점으로 은퇴를 규정하는 것은 그와 같은 흐름에 맞지 않다. 이미 많은 국가들에서 정년을 연장하고 있으며, 미국, 영국, 캐나다, 스웨덴 등은 정년 자체를 폐지한 바 있다. 이렇게 본다면 우리 역시 정년연장 혹은 폐지 역시 검토가 필요한 과제임은 분명하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직무 중심 임금체계로의 변화나 임금피크제 등의 방법으로 기업의 부담을 완화하는 것과 결합된다면 기업의 부담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고령자 노동시장의 전반적 개선 필요성 

그러나 현재 우리의 노동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정년연장이나 폐지는 여전히 중심부 노동자에게 적용되는 혜택일 수밖에 없다. 장기적으로는 비정규직, 임시·일용직, 영세자영업 등의 형태로 경제활동 참여를 이어가고 있는 고령자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할 수 있지만, 여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 미만의 노동이나 ‘3.3% 노동자’로 불리는 가짜 자영업도 고령자 노동시장에서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정년 논의와 별도로 현재의 고령자 노동시장을 어떻게 전반적으로 개선할지에 대한 종합적 대책이 필요하다.

고령자 노동에 관한 연구들은 직무의 유형이나 작업장의 상황에 따라 고령 노동자의 생산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지적해왔다. 고령인력이 상대적으로 잘 수행할 수 있는 업무를 개발하고 작업장의 제반 여건을 고령자를 고려해 조정할 경우 연령 증가에 따른 생산성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공공부문에서 먼저 고령자 적합 일자리를 창출하고, 민간에서도 고령자 적합 업무가 개발될 수 있도록 유인과 지원이 필요하다. 고령자 적합 직무·일자리를 겨냥한 직업훈련과 고용서비스 강화도 중요하다. 고령 노동자의 일자리에서 최저임금 위반이나 가짜 자영업이 나타나지 않도록 관리감독하고, 65세 이후 고용된 고령 근로자의 실업급여를 보장하는 등 고령의 고용이 법·제도적으로 차별받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조치다. 

좀 더 적극적으로는 유연근로제를 도입하여 고령 노동자의 근로시간 단축 권리를 부여하고, 연금의 일부를 조기 수급할 수 있는 부분연금제도를 마련하여 점진적 퇴직을 지원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독일에서는 유연연금제도를 통해 부분연금을 조기수급하면서 시간제 고용을 지속할 경우 이 소득으로 다시 연금 보험료를 납부하도록 함으로써 연금 조기수급으로 인한 급여삭감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가 유사한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겠지만, 도입이 이루어진다면 좀 더 많은 고령 노동자가 생애 주된 일자리에 머무는 기간을 늘릴 수 있다.

고령자 노동시장 개선과 연금개혁 

국민연금재정계산위원회는 이달 13일 최종회의를 개최하고 복지부에 제출할 보고서를 확정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가입상한연령 연장은 물론 수급개시연령의 추가적 연장에 대한 논의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여전히 연금개혁 논의는 보험료와 소득대체율에 집중되어 있지만, 가입상한연령 및 수급개시연령의 결정 역시 개혁의 중요한 부분이다.

연금제도는 사회보장제도이지만 노동시장과의 관련성이 매우 깊다. 특히 고령자 노동시장의 문제는 보험료를 납부하고 연금을 수급하는 시점에 관한 결정이 합리성을 갖기 위한 중요한 전제조건이다. 연금개혁 논의와 함께 고령자 노동시장 개선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는 의제별 연대 활동을 통해 풀뿌리 시민의 복지 주체 형성을 도모하는 복지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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