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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연금개혁 공론화, 팩트·팩트·팩트에 집중하라!

<논 평>

연금개혁 공론화, 팩트·팩트·팩트에 집중하라!

– 시민대표단 모두 현세대임을 자각하고 테이블 저편 미래 아이들과 논의해야 –

지난 대선 시기부터 정치권이 한 목소리로 강조하던 연금개혁은 지금까지 빈 깡통처럼 소리만 요란했다.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도 수많은 개혁안 시나리오를 나열하는 수준에 멈추었고,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연금개혁안도 포괄적 방향만 제시하여 손에 잡히는 방안이 없었다. 국회에선 연금개혁특위가 가동되었으나 핵심 과제가 모수개혁에서 구조개혁으로 갈팡질팡하며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다 막판에 민간자문위 공동위원장이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수치가 담긴 모수개혁안을 보고한 수준이다.

이에 연금개혁이 계속 표류할 것이라는 우려가 큰 상황에서, 1월 31일 국회 연금개혁특위 산하 연금개혁 공론화위원회가 출범했다. 주호영 연금개혁특위 위원장이 공론화위원회 계획을 발표한 지 1년 만에 위원회가 구성된 것이다. 앞으로 남은 21대 국회 기간은 4개월, 마지막 벼랑에 몰린 시점에 출범한 만큼 위원회는 비장한 각오로 자신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는 연금개혁 공론화위원회가 꼭 의미있는 성과를 내기를 바란다. 연금개혁처럼 사안이 복잡한 의제일수록 시민들이 충분한 정보와 자료를 접하고, 열린 토론을 통해 의견을 정하는 공론화 방식이 효과적일 수 있다. 이에 연금개혁 공론화위원에게 다음을 요청한다.

첫째, 연금개혁 공론화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팩트 기반 숙의이다. 시민들에게 연금개혁 논의가 어렵게 다가오는 건 전문가들조차 서로 다른 사실을 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번 연금개혁 공론화위에서 짧은 운영기간을 이유로 전문가들의 발표와 토론이 정해진 규칙 안에서 의례적으로 진행된다면 팩트 확인은 사라지고 예전과 같은 소모적인 상호 공방만 남을 수 있다. 연금개혁 공론화위원회는 객관적 자료, 시민대표단 질문, 전문가 상호토론 등을 통해 끝까지 팩트를 확인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공론화위원회는 균형있는 권고안을 제시할 수 있고, 시민대표단을 포함하여 일반 시민들의 연금 인식도 제고될 것이다.

둘째, 공론화위원회 논의가 위원회 내부로 갇혀서는 안된다. 법률적으로 선출되지 않은 시민대표단이 제시하는 권고안이 힘을 갖기 위해서는 전체 시민들의 여론을 동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공론화위원회는 논의 내용과 자료들을 모두 일반 시민들에게 공유하고, 지역순회토론회, TV 토론회 등 시민들과 소통하는 자리를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또한 언론의 역할도 중요하다. 총선 국면에서 선거 정쟁 이슈에 밀려 연금개혁 공론화 활동에 대한 보도가 주변화되지 않아야 하며, 나아가 특집 지면과 방송을 할애하여 공론화위원회 밖의 제 2공론장으로 역할해야 한다.

셋째, 시민대표단 모두가 공적연금 시야에서 현세대라는 사실을 자각해야 한다. 즉 아직 태어나지 않은 미래 아이들이 논의 테이블 반대편에 앉아 있다고 가정하고 숙의를 벌여야 한다. 제5차 국민연금재정계산 결과에서 확인되듯이, 현재 국민연금이 그대로 유지될 경우 미래세대의 부담이 너무 커진다. 만약 미래에 연금지출 재정을 모두 보험료율로 충당할 경우, 현재 세대는 동일한 급여(소득대체율 40%)를 적용받으며 보험료율을 9%만 내고 있지만, 미래 세대는 역시 같은 급여를 받으면서 보험료율은 최고 35%까지 부담할 수 있다. 공적연금에서 세대공존을 위해서는 연금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현세대의 책임있는 실천이 요구된다.

넷째, 공론화위원회 논의에서 보장성의 시야가 국민연금에 한정되지 말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기초연금, 국민연금, 퇴직연금으로 구성된 법정 3층 연금체계를 갖추고 있다. 당연히 노후소득 보장의 설계도 국민연금을 넘어 전체 연금체계의 시야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연금 보장성 논의는 사실상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틀에 구속되어 있었고, 이로 인해 3층 연금체계에서 적절한 보장 수준을 설계하는 작업이 진전되지 못했다. 공론화위원회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논의할 때 다른 의무연금의 역할을 종합하여 권고안을 만들어야 한다.

연금개혁은 늦어질수록 개혁의 난도가 높아진다. 서구 어느 나라보다도 국민연금 재정의 불안정이 큰 상황에서 이번에도 연금개혁이 지체된다면, 초고령 대한민국에서 노후소득보장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는 연금개혁 공론화위원회가 소중한 열매를 거두기를 바라며 공론화위원회의 논의가 시민사회에 확산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끝>

2024.2.2

내가만드는복지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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