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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내만복 주장칼럼 서울시, 저비용 돌봄 서비스로 저출생 문제 푼다고?

[내만복칼럼] 서울시, 저비용 돌봄 서비스로 저출생 문제 푼다고?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외국인 가사관리사’ 실패가 ‘돌봄’의 실패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외국인 가사관리사’ 사업은 출발부터 불안한 조짐이 보였다. 시범사업 실시 전부터 많은 논쟁이 있었다. 돌봄 노동에 대한 평가절하, 외국인 인력에 대한 차별적 처우, 비교적 저임금으로 가사관리사를 고용하는 몇몇 다른 국가들의 사례를 일반화 하여 적용하는 등, 돌봄 공백을 완화하는 문제와 저출생 해결의 단초를 찾는 것이 시급하다고는 하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외국인 가사관리사 사업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향후 도입될 필요가 있는 여러 정책적 사업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 걱정되는 수준이다.

물론 시범사업이라는 예비적 장치이기 때문에 대단히 문제시 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한국 사회가 보이는 가치관의 문제를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 첫 번째는 저비용이라는, 현실을 걱정하는 것 같지만 전혀 현실적이지 않은 인식에 대하여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재화의 경우에 저비용은 유통 단계를 줄이면 어느 정도까지는 비용의 절감이 가능하다. 때로는 향후의 매출을 고려하여 손해를 보기도 한다. 그러나 결국 이익의 증대와 지속성을 두고 벌이는 전략적 행위이다. 그러나 돌봄과 같은 서비스의 경우에는 이야기가 다르다. 서비스는 즉시적으로 한쪽이 손해를 보거나 희생하여야 하는 성질을 지닌다. 또한 서비스는 명확한 선이 존재하기 어렵다. 따라서 저비용이라는 방패로 맺고 끊을 수 없는 복잡한 문제가 서비스 제공자와 대상자 간에 존재한다.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는 국민들의 경제적 부담을 생각한다는 마음은 고맙지만, 고용된 서비스 제공자의 손해와 희생을 강제할 명분은 되지 못한다. 단지 ‘외국인’이어서 그렇다면 더더욱 그러하다. 즉, 외국인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도 엿볼 수 있다. 이번 시범사업은 여전히 외국인에 대하여 차별적이고 배타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점에서 매우 유감스럽다. 심지어 최저임금 기준과는 별도로 낮은 비용을 책정하려는 시도는 큰 문제이다. 학교에서 직장에서 인권적 차별이 일어나지 않도록 의무적으로 교육하는 나라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임금차별을 합법화 해달라는 것은 상당히 모순적이다. 대상이 외국인이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가사관리사 라는 직종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합법적 차별의 적용이 어느 정도의 숙고를 거쳐 나오게 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저비용이라고 모든 것이 괜찮은 것이 아니다. 법에서 최소한으로 정한 정당한 노동비용을 다른 법으로 넘어서겠다는 것은 어떤 가치를 내세워야만 가능한 것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단지 맞벌이 부부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면 저출생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한 것이라면 매우 곤란하다. 이제까지 거대한 예산을 투입하고서도 악화일로를 걷던 문제를 저비용의 돌봄 서비스 도입을 통해서 풀어나가겠다는 것은 저출생 문제의 복잡다단함을 이해하고 있는 것인까라는 의심까지 든다.

조금만 더 확장해서 이 문제를 살펴보면 외국인에 대한 차별의 정책적 사례로써, 향후 외국으로 나갈 국민들에게도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살아가면서 상당수의 일자리가 기계나 AI로 대체된다는 전망이 현실이 되고 있는 요즘이다. 그래도 인간에게 남은 영역으로 돌봄 서비스와 같은 대면적 서비스인데, 비록 여전히 평가가 박한 돌봄 노동이라고 할 지라도 외국인에게 차별적으로 저임금을 지급하는 사례 중 하나로 대한민국이 올라간다는 것은 긍정적이지 못하다. 향후 다문화 사회로 열어질 한국의 상황에서도 그러하고, 외국에 나가 인생의 길을 개척하려는 국민들에게도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본다.

▲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필리핀 가사관리사가 아이를 돌보고 있다. ⓒ연합뉴스

두 번째로 돌봄 서비스 제공자-이용자 간 상호 영향력의 균형을 세우는 문제이다. 돌봄 서비스와 관련된 제공자와 이용자 간의 갈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해진 업무만 하고자 하는 서비스 제공자의 입장과 정해진 범위 위에도 같이 해줄 수 있는거 아니냐는 식의 이용자 입장이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 이 상황에서 약자는 제공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 고질적인 문제이기도 하지만 이를 해결하거나 완화하기 위한 현실적인 노력은 아직까지 찾아보기 힘들다. 워낙 사적인 영역에서 벌어지는 일이기도 하거니와 돌봄이라는 또는 가사관리라는 용어의 불명확함이 상호간의 인식의 차이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분은 가급적 제도적으로 명시를 해주고, 지키지 않았을 때 발생될 일에 대해서 제공자와 이용자 모두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줄 필요가 있다. 가사관리의 현장에서 이번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외국인 노동자들도 같은 이야기를 되풀이 하였다. 업무의 범위가 불명확하고 현장에서 서비스 이용자들의 요구가 나름대로 규정된 선을 넘어선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국내에서 돌봄 업무를 수행하는 요양보호사 등의 직종에서도 많이 발생하는 것들이다. 근본적으로 발생되었던 이런 경계상의 문제들을 시스템적으로 해결하지 않은 채로 외국인 가사관리사를 대상으로 다시 되풀이 하였다는 점은 돌봄 서비스가 가지는 한계점과 애로사항에 대한 정책적 해결 없이 제공자만 바꾸어 그대로 답습하였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사실 명시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이 부분은 인식의 개선과 이용자가 원만하게 돌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보다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관리를 하는 인력에 대한 부분이나 사업이 내실있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모니터링 시스템이 필수적으로 수반되어야 한다. 기존에 물 새듯 새어나가는 사업 시스템에서 저비용의 외국인 가사관리사만 바뀐 것이라면 결국 같은 문제가 나타날 것이라고 이미 예견했었어야 한다.

한편으로 서비스 이용자에 대한 철저한 교육과 인식 제고의 문제도 본질적이라고 할 수 있다. 흔히 다문화와 관련된 이슈는 당사자인 이주민이나 외국인 노동자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사실은 원주민에게 관련된 문제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원래 살던 사람으로써 가지는 배타성이나 새로운 문화, 인종에 대한 두려움, 불안함 같은 감정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극복하거나 적응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기 때문에 세심한 배려와 개입이 필요한 부분이다. 그간 돌봄 노동에 대한 가치 절하나 필요성에 대한 몰이해에 대해서는 시간이 지나며 서서히 개선되고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꾸준한 노력이 있을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이번 서울시에서 실시하는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을 보며 ‘돌봄’이라는 숭고한 사회적 가치가 제 자리를 찾기위해서 더 시간이 걸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앞서게 된다.

저출생을 해결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고 돌봄을 하는 가정의 경제적 부담도 완화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서비스의 특성과 향후에 이어질 일들을 심사숙고하여 이번 시범사업을 열었어야 한다고 본다. 이미 진행되고 있는 사업이지만 큰 아쉬움이 남고, 이번 일을 계기로 사회적 돌봄의 좋은 모델을 구축할 수 있는 관심의 제고가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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