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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만복칼럼] 대한민국에서 사회복지사로 산다는 것 사회복지사, 나는 왜 글을 쓰는가

[내가만드는복지국가] <대한민국에서 사회복지사로 산다는 것>

 

서울 하늘에 UFO가 나타난다면 어느 부서(부처)가 담당일까요?

침공 영화 속 대응부서로 등장하는 국방부, 외계 물체에 대한 바이러스 대비 보건복지부, 무엇이든 외교적 접근 외교부, 이러는 사이 상암월드컵경기장에 착륙하니 갑자기 두 부서가 부산해졌다. 국토교통부인가? 행정안전부인가?

“우주선이 국토에 착륙했어, 우리 대한민국 국토에, 무슨 소리야,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에 착륙했다고, 지방자치단체를 관할하는 행정안전부가 담당이지….”

이러는 사이 인천 앞바다로 옮겨간 우주선, 이젠 해양수산부가 담당이 되었다라고…. 행정 관료들 사이에서 웃자고 하는 이야기지만 마냥 웃을 수 없는 ‘웃픈’ 이야기다.

이렇듯 행정은 책임의 범위를 선정하는 것에는 지극히 소극적이다. 그 대신 책임이 되면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 담당이 된다는 것은 그것이 끝나야 끝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누군가, 어떠한 문제를 끝까지 책임을 진다는 것은 어렵고 고충이 많은 일이다.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돌보지 않았다고 그 이웃에게 왜냐고 묻지는 않지만 이 일을 하는 사회복지사들에게는 책임을 묻기에,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한 노력을 오늘도 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복지사로 일하면서 여러 분야에 걸쳐 이런 UFO 같은 일을 참 많이도 만났다.

지난 2020년 12월 수도권 코로나 3차 대유행일 당시 요양시설 코호트 격리 및 재가 장애인 돌봄보호자 확진 등에 따른 긴급돌봄 대상자에 대한 돌봄공백이 발생하였다. 당시는 백신 개발 및 보급 전이라 정부 정책은 거리 두기와 마스크 착용, 선별 진료소 운영 등 생활적 접근과 병원 의료적 접근에 집중하고 있었을 때인데 돌봄 사각지대에 대한 돌봄공백이 발생한 것이다. 확진자는 지정병원, 밀착 접촉자는 14일간의 격리시설체계를 운영했었는데, 문제는 요양 돌봄이 필요한 이용자들에게 24시간 돌봄이 필요하였고 이들을 돌보는 일을 필자가 있었던 기관에서 맡았다.

백신 보급이 없던 엄중하고 위급한 시기에 직접 돌보는 요양보호사를 모집하고, 교육해 투입한 뒤 이용자와 돌봄 제공자의 안전한 돌봄과 종사자 보호가 이루어지게 하는 체계를 만드는 일이 사회복지사인 내게 주어진 일이었다. 인력의 모집, 모집된 인력의 투입 전 3일간의 교육체계를 마련, 안전장치인 레벨 D 방호복 입수, 고글과 마스크, 그리고 페이스 쉴드, 이중 장갑과 덧신을 공급하는 일도 했다. 초기에는 물량확보가 어려웠다. 그해 그믐, 한 해가 넘어가던 늦은 밤까지도 발을 동동 구르며 전국의 의료물품업체들에게 전화하며 물량 확보를 했던 기억이 난다. 누구도 선 듯 나서기 힘든 일에 자원하여 등장한 요양보호사들에게 그들 곁에 있음을 알려드리기 위해 이들이 14일간 격리될 격리시설에 이들과 같이 방호복을 착용하고 격려하고 감사함을 전했다.

이런 전 과정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일이 사회복지사가 하는 일이다. 대한민국에서 사회복지사가 일하는 범위와 영역은 참 다양하다. 그 다양함에서 공통점은 누군가를 돕는 일은 시작할 때부터 마무리될 때까지 끝까지 책임지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언제까지? 끝까지 말이다. 이때 많은 감정노동과 딜레마가 등장한다.

필자는 25년간 민간기관과 공공기관, 행정기관에서 사회복지사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일했다. IMF 시절 서울역 노숙인분들과 함께 사례관리와 자활사업으로 사회복지를 시작하여 방화동, 상도동, 신림동 지역에서 지역주민조직과 사례관리 자원연계를 통해서 지역사회보호사업을 실천하였고, 서울시복지재단, 행정안전부,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인 공공기관, 행정기관에서 민간과 협력하여 복지분야 사업을 기획하고 교육하며 정책을 지원하는 일을 해왔다. 최근에는 <대한민국에서 사회복지사로 산다는 것>(지식터 펴냄)을 출간했다.

25년 동안 사회복지사로 일하면서 개인 컴퓨터의 글 창고 폴더 안에 가장 오래된 글을 살펴보니, 20년 전의 글이 있다. 다시 보니 일기 형식의 다짐이기도 하고 기도문이고도 하고 푸념이기도 하다. 메모 같은 글도 있고, 독서 서평도 있었다. 그때그때 마음 가는 대로 작성한 글들이다. 매년 연말이면 새해 계획을 세우는데 그때마다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것이 책 출간이었다. 그리고 한 해를 보내고 나면 책 출간을 마무리하지 못한 아쉬움이 꼭 있었으니, 그만큼 사회복지사 박경원의 버킷리스트 중 최상위에 위치한 내용이 책 출간이다. 언제부터 버킷리스트가 되었을까? 사회복지사 박경원에게 글쓰기란 어떤 의미일까?

나에게 글쓰기는 치유의 수단이다. 언젠가 ‘치유와 코칭 글 100일 쓰기’에 도전한 적이 있었다. 함께성장하는연구원(함성원)의 정예서 선생님을 만나게 되면서 치유의 글쓰기 과정을 온전히 경험하였다. 100일 동안 매일의 주제에 따라 글을 써가는 과정을 통해 나는 치유를 경험하였는데 첫 번째 치유의 대상은 아버지였다. 나에겐 늘 엄격했던 아버지였지만, 글을 쓰면서 아버지의 엄격한 모습을 덜어내고 한 가정의 가장이자, 나의 아버지로 온전히 이해하는 시간이었다. 혼자 살아가는 세상이 아닌, 다른 이와 함께 사는 세상에서 스스로를 돌보는 ‘자기 돌봄’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고, 그 필수의 과정에 글쓰기는 ‘자기 치유’의 좋은 도구다.

나에게 글쓰기는 멀티어댑터(일명 ‘돼지코’)이다. 돼지코는 다름을 연결하는 기기다. 우리는 너무나도 다양한 인간(human)들의 행동들과 내 맘 같지 않은 사회환경과 제도 속에서 살아간다. 그 과정에서 나와는 다른 행동과 환경들을 이해하지 못하여 괴로운 시간도 보내고 있고, 사회의 불합리와 충분치 않은 사회제도들에 대한 저항감을 표출하려는 노력도 하게 된다. 글쓰기는 이러한 인간행동과 사회환경에 접속하는 나만의 돼지코이다. 다름을 연결하는 장치로 글쓰기를 하는 것이다. 그 과정을 통하여 인간(human)에 대한 이해와 사회환경에 대한 설계도를 그려보며 꿈을 꾸기도 하였다. 나의 글에서는 다양한 인물들이 내 삶의 선배이자 스승들이며, 불평등과 고령화, 기후위기 등의 환경들은 내가 마주한 단 하나의 산이 아닌 묵묵히 앞으로 가야 할 산맥들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호환기기이다.

나에게 글쓰기는 지경을 넓혀주는 나이테다. 사회복지사로서 나의 지경을 넓혀주는 동시에 이 일을 왜 하는지에 대한 원칙을 되뇌는 시간이었다. 나무의 나이테가 넓어지려면 혹독한 한 해 겨울을 보내야만 하듯이, 새로운 도전 속에서 철저하게 힘겹고 어려움이 있을 때 견딜 수 있는 최소한의 온기가 글쓰기였다. 하나의 문을 닫고 새로운 문을 열어가는 혹독한 시기마다 글쓰기는 큰 힘이 되었고, 매일 문을 여닫고 할 때마다 벗이 되었다. 어린 시절, 일기 쓰기를 강요받았을 때와는 다른 그 일기 쓰기의 효능감을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나에게 글쓰기는 이어달리기다. 우리네 삶은 정답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해답이 존재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누가 감히 단 하나의 정답만 있다고 단언할 수 있겠는가? 필자의 민간기관과 공공기관, 행정기관을 넘나들면서 경험했던 복지실천 사례를 글로 공유하는 것은 각자의 해답을 찾아가는 벗들에게 작은 길라잡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의 행동이다. 그들이 이어 달려갈 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어제와 내일을 연결하는 오늘, 일상의 글쓰기만큼 우리 삶의 유용한 이어달리기 바톤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럼, 언제 글을 쓰는가? 필자의 글쓰기 시간은 주로 이른 새벽이었다. 일상에서 일과 후 고정 시간을 확보하기가 여간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출근 전 2시간 확보를 목표로 삼았다. 대략 아침 7시 즈음에 회사 근처로 가서 자리 잡았다. 가장 최근에는 마포구 공덕역 근처의 카페들을 전전했다. 광화문에서 근무할 때는 광화문역 언저리에서 자리 잡았다. 방화동에서도, 신림동에서도, 상도동에서도, 모두 일터 근처에 자리를 잡고 모닝커피 한잔에 노트북을 펼쳐 들었다. 어떤 날은 한 글자도 적지 못하고 커피만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날 때도 있었고, 어떤 날은 출근하면 그날 펼쳐질 일들에 대한 계획과 생각으로 그냥 앉아 있기도 했다. 또 어떤 날은 마치 작가가 된 듯이 글을 쓰기도 했다. 염려가 있으면 염려를, 계획이 있으면 계획을 기록했다. 자신만의 시간을 확보하길 권한다.

최근에 낸 책은 사회복지 실천가와 행정 전문가를 넘나들면서 늘 가치와 근원의 문제를 고민하며, 출근 전 이른 새벽 노트에 일기 쓰듯 진심을 담아 써 내려간 지난 20년간의 글을 묶어낸 책이다. 이 책이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 조금이나마 미소짓게 하는 재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의 기록이다.

누군가가 ‘당신에게 사회복지란 어떤 의미입니까?’라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말할 것 같다. 각자 자신의 시간과 애정, 혼신을 쏟는 일을 발견했다면, 그 일의 의미와 가치에 꼭 햇살만 비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지금 선택한 일을 생활인으로서 분명한 의미 부여를 하더라도 감정적 손실이 당연히 등장할 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명 있는 일이라 말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처우는 더 개선되고 감정노동자들의 노동권은 확보되어야 하며, 무엇보다 인간 존엄을 옹호하고 지키는 사회복지사의 본연의 의미는 더 깊고 넓게 확장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나만 잘사는 세상을 너머, 우리끼리 잘 사는 세상을 너머, 그 너머에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세상 만들기에 여전히 관심과 애정이 있다. 그 과정에서 일상을 기록하는 일, 글쓰기가 이러한 의미부여에 큰 힘이 되어줄 것이다.

▲ <대한민국에서 사회복지사로 산다는 것>(박경원 지음, 지식터 펴냄) ⓒ지식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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